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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상진 성남시장과 ‘만기친람(萬機親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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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 25-07-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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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상진 성남시장과 ‘만기친람(萬機親覽)’



“저는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하되, 각각의 부처는 그 부처를 맡은 분께 맡기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에 몰두하겠습니다. 제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도 세상 모든 것을 샅샅이 살피는 ‘만기친람’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됩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는 한 사람의 지혜보다 언제나 깊고 넓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대통령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국민에게 전한 이 말은, 현대 행정관료들이 깊히 새겨야 할 말이다. ‘만기친람(萬機親覽)’, 곧 ‘온갖 정사를 임금이 친히 살핀다’는 이 고사(故事)는 과거에는 성군의 부지런함을 상징했지만, 오늘날에는 조직과 구성원을 무능하게 만들고 불통으로 국가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동양 역사에서 ‘만기친람’의 대표적 인물로는 진시황과 제갈공명, 조선의 정조를 꼽는다. 이들은 모두 밤을 새워 국사를 돌보았고, 심지어 진시황은 하루에 처리할 문서를 저울로 달아 정량을 채웠다고 전해진다. 결국 그들은 과로로 건강을 해쳤고, 일찍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행정의 현실은 과거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복잡하고 방대하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결재와 보고가 올라오고, 그 내용조차 다 파악하기 어렵다. 한두 명의 참모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리다 보면, 결정은 편향되고 치명적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리더가 모든 사안을 직접 챙기려 들면, 구성원들은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 않고 ‘윗선’ 눈치만 살피게 된다. 조직은 경직되고 활력을 잃는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려는 ‘만기친람’보다, 부하를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하며,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성공적인 조직과 도시는 그렇게 움직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남시를 이끄는 신상진 시장의 행정 스타일은 벌써부터 지역 사회에서 ‘만기친람’의 대명사로 회자된다. 전임 시장들의 사법적 리스크 때문에 의심이 많아진 탓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모든 것을 직접 챙기려는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성과다. 신 시장은 취임 첫해 “전임자가 망쳐놓은 시정을 공부하겠다”며 1년을 보냈고, 이듬해에도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또 1년을 보냈다. 그동안 시민들에게 보인 모습은 행사장 순례에 가까웠다. 그렇게 벌써 3년이 흘렀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굵직한 성과는 거의 없고 집토끼, 산토끼도 모르는 불통 이미지만 연상 된다.


심지어 취임 3주년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처럼 ‘만기친람’만 반복한다면, 신상진 시장은 역대 성남시장 중 가장 존재감 없는 시장으로 낙인될 수도 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시장의 독단적 결재가 아니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정책과 실적이다.


이제라도 남은 1년을 어떻게 보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진정 시민을 위한 시정이라면, 혼자서 다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실무진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으며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남발전 구호는 공허할 뿐이며 그 책임은 오롯이 신상진 시장에게 돌아갈 것이다. 

(발행인 김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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