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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민족의 소리 , 하나 되는 소리’  
도시신문(http://sungnammail.co.kr)   
| 2006.10.02 15:59 |

‘한민족의 소리 , 하나 되는 소리’


오천년의 혼(魂) 되살릴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고려인

열린마당 도움소는 오천년의 역사 속에 그 누구도 책임져야하지 않는 동족들의 생활 속에 같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켜 포괄적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문화적 활동으로 수년전부터 중국의 조선족, 러시아의 고려인, 해외입양인, 일제강제징용인들과 같은 민족문화의 접근기회가 희박한 사람들에게 ‘한민족의 소리, 하나 되는 소리’ 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꾸준한 국내·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8월과 9월에 걸쳐 진행된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고려인들과의 길고도 짧았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볼고그라드는 이전에 스탈린그라드라 불렸던 도시로 2차 대전 당시에는 독일과의 접전지로 유명한 전쟁도시다. 또한 볼가강을 끼고 동·서로 길게 발달한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그 곳에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민족주의화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자키스탄 등지에서 쫓겨나다시피 옮겨와 힘든 생활을 하는 고려인들의 모습은 고개를 똑바로 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볼고그라드에 가는 목적도 현지 고려인 4~5세의 젊은 학생들에게 풍물(사물)놀이, 민요 등과 같은 전통문화를 전수해 주는 것과 함께, 볼고그라드 시정부의 도시창건 417주년 기념 축제에 공식 초청되어 축제 기간 중 사물놀이, 판굿 등의 공연 활동을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단원들과 함께 처음 볼고그라드에 가서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고려인 젊은 청년들에게 ‘태백’이라는 이름으로 사물놀이 팀을 만들어 준 적이 있다.

꽹과리와 장구로 나누는 대화


모스크바에 도착 후 공항을 나온 지 5시간을 기다리고, 다시 러시아 국제선으로 2시간가량 지나서야 볼고그라드 공항에 도착했다. 다시 고려인들이 있는 마을까지 버스로 4시간을 더 들어가야 한다.

인천에서부터 시간을 따지면 시차까지 포함해 꼬박 하루가 걸리는 긴 여정이었다. 단원들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노부니꼴스키라는 마을에 도착, 바로 다음날부터 고려인 4~5세 학생들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민족의 소리를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작년에 배웠던 인원이 대부분 빠졌고, 새로운 얼굴이 차지한 상황에서 장단을 가르치는 과정도 몇 곱절 더 어려웠다.

고려인들과 함께 하면서 같이 지냈던 김 알렉세이의 집은 물 사정도 좋지 않아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연습하고 난 후에도 씻을 수 있는 여건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서로 친구가 되었고, 우리들만이 통하는 언어가 생기기 시작했다.


발레라, 뮐라, 제냐, 보바, 알로나. 아이슬루 등 익숙하지 않았던 이름의 고려인들이 하나둘 우리 장단을 익혀가고 꽹과리와 장구를 치며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늘어갈 때 쯤 그들과 약속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남은 며칠은 도시창건 기념축제에 참여해야 했다. 우리는 축제 마지막 날 고려인들과 함께 카니발에 참여하기로 하고 전수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기초적인 작품에 지나지 않지만 그간 연습해오면서 짜여진 그들의 작품에는 작지만 우리민족 오천년의 혼을 되살릴 불씨가 담겨있었고, 고려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 생각에는 대견함이 느껴졌다.

고려인에게 심어준 민족의 자긍심


하루, 이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나서 시작된 공연은 볼고그라드시 정부에서 우리 팀을 공식 초청한 행사였고, 페스티발 기간 중 3~4차례의 각각 다른 일정으로 진행해 나갔다.

첫날, 우리는 중소규모 마을 단위에서 주최하는 실내 무대공연을 통해 현지 러시아인들과 고려인들에게 한국 전통예술의 신비함과 화려함을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고, 현지 TV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그 다음날부터 계속 이어진 시 정부 주최 리셉션과 저녁만찬, 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위의 선상공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도심 속의 카니발 등 수차례의 공연으로 고려인들에겐 민족적 자긍심을 심어줬고, 현지인들에겐 코리아의 신명과 에너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축제 기간 동안 우리의 일정을 책임지며, 안내역을 해준 시정부 문화예술국 직원인 인나씨도 우리의 공연모습을 보고 대단한 놀라움을 표시했고, 시정부는 감사의 표시로 감사장과 기념선물을 주었다.

고려인들을 위한 민족 동질성 회복 프로그램과 볼고그라드 시정부의 공식초청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우리는 귀국하기 하루전날 고려인 2~3세의 어르신들과 만날 기회를 가졌다.

직접 그들이 사는 집에 가서 사는 모습도 보고, 소설 <고요한 돈 강>의 배경이 되었던 강변에 가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말을 조금은 서툴게 하는 고려인 2세 어르신들께 아리랑과 도라지 타령을 불러 드렸고, 보드카 몇 잔과 함께 그날 하루만큼은 힘든 일들을 잊고 머나먼 아버지, 어머니의 땅 코리아에서 온 우리들과 함께 모국의 향수를 달랬으리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배움과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이번 프로그램이 무사히 좋은 성과를 내고 돌아온 것에 대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우리민족 서로 돕기 운동 볼고그라드 사무소의 이봄철 부장님과 뾰뜨르 아저씨, 사)한국농악보존협회 성남지회, 풍물공동체 네트워크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 이어질 ‘한민족의 소리 하나 되는 소리’ 프로젝트에 더욱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며, 우리의 이러한 마음들이 민족 공동번영에 작은 힘이 되길 기대해 본다.

/ 글 강승호
순수예술표현 아르페 공동대표
사)한국농악보존협회 성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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