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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위 남발’ 이제 그만  
도시신문(http://sungnammail.co.kr)   
| 2006.08.28 17:18 |

이 영 해 한양대학교 교수 / 전국포럼연합 상임대표

국내 학계의 논문표절 관행은 결코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교육 당국과 학계는 연구 윤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물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구윤리는 학계의 자발적인 자성과 의식 변화가 핵심이고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국내 대학의 일반대학원, 특수대학원, 전문대학원 등에서 배출되는 모든 석·박사 인력은 연간 수만 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렇게 양산되는 국내 학위 소지자가 외국 학위 소지자에 비해 실력이 뒤진다고 평가되면 국내 대학원은 결국 설 땅을 잃게 되고 실력 없는 인재들의 배출로 인해 국가경쟁력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사 및 논문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특히 특수대학원에서 양산되는 논문들 상당수가 학문적 성과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논문을 쓸 때 그런 논문들을 인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한다. 출처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베껴 쓴 경우가 많아 내용도 부실하고 자칫 자기도 모르게 논문을 표절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이 고액의 등록금에 관심을 두어 학위를 남발하는 이른바 ‘학위장사’에 열을 올린 결과이다. 특히 파트타임으로 석·박사 학위를 수행하는 현직 관료들이나 기업인들의 학위과정 중 수업 출석률과 학위 논문의 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실상이 심각한 경우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엄정한 평가와 관리가 없는 학위 남발이 가져오는 폐해는 크다. 열심히 학위과정을 수행해 수준 높은 논문을 준비하여 졸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사기 저하를 가져오고, 이는 건성으로 대충대충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어 우리 사회 전체를 하향평준화로 유도할 것이다.

명예박사학위의 문제도 심각하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3000여 명 이상의 명예박사학위가 수여되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는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 문화 향상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명예박사학위가 전직 대통령을 비롯하여 대부분 재력가나 정치인, 또는 이름 있는 외국명사 등 학위를 매개로 특정 인사와 연고를 새로 만들거나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권력가에게 수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힘없이 청빈하게 살아가며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음지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명예스러운 학위가 수여되는 것을 별로 보지 못했다.

자격이 충분하지 못한 특정 정·재계 인사들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함으로써 학위의 권위가 추락한다면, 이는 모든 학위의 가치 하향화로 이어진다. 수월성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발전방향과도 맞지 않으며, 피땀 흘려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신과 실망감을 안겨주는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혼탁한 학문 세계를 바로잡고 질적 수준을 높이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연구자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고, 결국 대학과 사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건전한 학계, 사회는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yhlee@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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