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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저도 불만 끄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도시신문(http://sungnammail.co.kr)   
| 2006.07.27 14:38 |

'소방관, 저도 불만 끄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분당소방서 구미파출소 소방사 김정길

주황색의 복장을 착용하고 소방공무원으로 처음 임용되어 어깨에 계급장을 단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임용 되던 첫 날 나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명감 하나로 소방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 모습은 내 몸조차도 다스릴 수 없는 초보자였고 소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신출내기에 불과했다.

기본교육 입교 전 한 달여 기간동안은 단 한번의 출동에 참가하지 못했고 그저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출동나간 대원들의 음성에서만 긴장감을 접하곤 했다. 9주간의 교육을 통해 점점 소방이 무엇인지 소방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귓가에 들려오는 출동 벨과 2개월간의 구급활동을 하면서 점점 소방인이 되어가는 나를 볼 수 있게 됐다.

사실 소방서에 들어오기 전 나는 내가 소방관으로 당연히 불을 끄는 업무만을 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소방대원들은 화재를 진압하는 업무 뿐만 아니라 구급도 있고, 각종 행정업무에다 민원업무까지 상당히 다양한 업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나에게 있어 응급환자를 대해본 적이 거의 없는 구급업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항상 조심스럽게 운전하던 운전습관을 지닌 나에게 구급이라는 임무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본격적으로 구급차 운전을 한 지 2개월이 약간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출동무전이 울리면 내 몸보다 심장이 먼저 알고서 두근거린다.

구급기관의 임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2개월 밖에 안됐지만 다른 동기들보다 사망자는 많이 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사망자를 보는 일이, 두려움보다는 나에게 익숙한 일이 되는 것이 마음이 아플 때도 있고, 자해를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생명의 소중함을 저렇게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가족과 내 자신이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기쁨과 감사를 느끼기도 한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는 소방관이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고, 구급차를 볼 때면 ‘아픈 사람이 한명 있나 보구나’ 로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구급차가 신호등 앞에서 정지해 있다가 갑자기 사이렌을 울리고 출발하면 ‘신호 지키기 싫어서 사이렌 울리면서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소방관이 되고 나니 구급차를 보면서도 비켜주지 않는 차량들을 보면 저절로 미운 마음이 들고, ‘당신 가족이 아파도 비켜주지 않을까?’ 하면서 그들을 원망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내 아내와 친구들에게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지나가면 무조건 정지하거나 비켜주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위급해서 사이렌을 울리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소방검사와 같은 민원관련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비협조적인 사람들을 볼 때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한 일인데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나기도 하고, 지나가는 어린 아이들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할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보람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노인 분들을 이송시켜 주었을 때 할머니 두 분이서 만 원짜리 세장을 주면서 고맙다고 할 때 한사코 거절하면서 뿌리치며 나온 적이 있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마음속에 과연 그분들이 그렇게 고마워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했는지 반성을 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멀리 있다고만 느꼈던 경찰 ‧ 시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체계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도 하나의 소방기관의 일부임을 몸으로 느꼈으며, 매일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많은 시설들이 이제는 그 내면에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해 설치된 소방시설에 먼저 눈이 갈 정도로 제 자신이 한 걸음 더 성숙해진 느낌이다.

벌써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지 6개월이 지났다. 6개월이면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소방관으로서 보낸 6개월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다양한 출동상황을 접해보면서 느끼는 것도 많았고 난처한 상황이나 위험한 상황 역시 많았다. 그러한 경험을 차근차근 쌓고 선배들을 통해서 배워간다면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반년은 나에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소방 생활을 위해 필요했던 중요한 교육이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6개월이 지난 요즘 나의 눈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의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해나가는 동료들의 힘찬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화재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연기 속을 뚫고 들어가 화마를 이겨내는 동료들의 듬직함이 더욱 더 많이 보이게 되었다.

나는 아침에 출근을 할 때면 기도를 한다. 물론 이 기도가 단순히 내가 편하고자 하는 이기적인 기도일지라도 매일 아침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오늘도 큰 사고가 없게 하여주시고, 주민들이 모두 건강하여 구급출동이 적게 하여주시고 단 한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게 하여주시옵소서. 사랑이 많으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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